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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아삭 왕이든 사과대추

- October 12, 2018 -

판매는 어려워

“1년에 딱 한 달, 의성 왕이든 사과대추!”

포장 박스도 준비되었고 사과대추도 무르익었다. 판매를 시작하자! 쿠팡, 지마켓, 11번가에 상품을 올리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광고도 게시했다. 며칠 지나자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준비할 게 많았던 첫해. 그간의 땀과 노력이 결과로 보이는 순간이다. 아침 일찍 수확을 시작해서 오전 중에 선별 작업을 마쳐야 했다. 점심시간엔 인터넷 사이트별로 나눠진 주문을 취합한 뒤 송장을 출력한다. 그러고 나면 포장 작업이다. 박스를 접고 사과대추를 크기별로 나눠 넣고 택배 박스에 넣으면 된다. 포장이 전부다. 비로소 상품으로 탄생한 사과대추. 오후 4시 트럭에 박스를 싣고 택배사에 인계하면 하루가 마무리된다. 몸도 마음도 바쁘지만 힘이 난다. 한 해의 결실이 배달되어 누군가 맛나게 드실 생각을 하면 기쁘기 그지없다.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이뤄지는 경매가 있다. 그러나 경매를 보내본 농민은 “경매장 보내면 끝”이라며 일관되게 말한다. 같은 품질의 농산물이 경매사에 따라, 또는 경매일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 인 것이다. 애호박 하던 시절 부모님도 같은 경험을 했다며 경매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쁘다. 사과대추를 선택하신 연유도 경매가 아닌 우리가 인터넷으로 잘 팔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사과대추를 하는 우리의 경우, 전량 인터넷으로 판매할 목표를 갖고 출발하였다. 상품 준비, 홍보, 고객응대 등 자잘하게 품이 많이 드는 건 분명하다. 대신 판매가를 우리가 정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탓일까. 날이 가도 주문량은 늘지 않고 수확량은 점점 많아졌다. 결국 쌓여가는 물량을 중간도매상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단가가 인터넷가의 절반도 안 돼서 그렇지 작업은 정말 수월하다. 20kg 크기의 사과상자에 담아 배달하면 끝. 포장은 그 중간 유통업체에서 진행하여 다른 이름으로 팔려갈 것을 상상하니 씁쓸한 맘이 컸다. 그나마 도매시장에 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다소 위로가 되었다.

사과대추는 저장성이 나빠 10월 한 달 동안 모두 처분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움의 한 부분이다. 선별 후 나온 하품에 대한 처리도 고민이었다. 건대추도 대안이 되겠지만 일반 대추와의 차별점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아쉬운 면이 있다. 사과대추를 일 년 내내 팔 수는 없을까. 식품가공에 대한 고민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과대추도 처음이고 온라인 판매도 처음인 올해. 지인들의 응원과 고객들의 칭찬을 듬뿍 받은 것도 처음이다. 다시 시작할 이유와 동력이 생겼다. 고맙습니다.


사과대추란

사과대추는 대추가 크다고 하여 ‘왕대추’라 불리기도 하고, 사과처럼 아삭하다 하여 ‘사과대추’라고도 불린다. 숙기는 9월이며 착색이 60~80% 되는 10월이 수확적기다.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20 brix를 훌쩍 넘는 당도, 껍질째 먹는 간편함이 인기 비결이다. 2010년 즈음 중국에서 접수와 묘목을 들여와 검증 없이 유통한 결과 각양각색의 대추가 열렸다고 한다. 우리 농장에서 400주 가운데 10그루 정도는 색과 모양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후 묘목 농원에서 지속적인 품종 선발이 이뤄지고 묘목시장에 알려지면서 다소 균일화 되었다. 쉽게 마르는 대추의 속성으로 저장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의 증가로 미니 과일이나 음식 쓰레기 적은 간편하게 씻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 사과대추는 그 시류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피부 재생에 도움되는 비타민C는 귤의 10배, 사과의 20배나 된다. 라이코펜 성분과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베타카로틴 폴리페놀의 함량이 높아 장 건강, 노화방지, 암 예방 효과가 있다. 일반 대추와 마찬가지로 다량 함유된 사포닌 성분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264 이육사

264(이육사, 필명)는 저니의 ‘아는 동생’이다. IT계열 프리랜서 시절, 같은 일을 하며 동거 동락하던 멤버 중 하나다. 그때 생각하면 참 젊었다. 단칸방에서 나름 이름을 걸고 인터렉티브 콘텐츠(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었다. 늘 배고프던 시절이었지만 함께 밤새며 일하는 게 그저 즐거웠다. 시간이 흘러 모두 다른 일을 하긴 하지만 저마다 각 분야에서 재주를 뽐내고 있다. 그중 동물적인 감각으로 멋진 영상물을 제작, 편집하고 있는 264. 평판 좋은, 그야말로 잘 나가는 감독님이시다. 신규 프로모션 공모를 앞두고 장소 물색에 바쁜 그에게 우리 시골 비닐하우스를 제안하였다.

“형님, 언제 갈까요?”

이육사 264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이용하세요.
‘이육사 유튜브

왕이든 사과대추 홍보영상 by 264

속으로 다른 꿍꿍이가 있던 우리. 사과대추 홍보영상을 얻을 속셈이었다. 흔쾌히 수락한 264. 이왕 모이는 김에 예전 프리랜서 멤버를 모두 불렀다. 멤버 4인. 다 함께 보는 것도 오래간만으로, 내가 있는 이 시골에 다 모이다니 무척이나 신선했다. 덕분에 반사판, 보조 카메라를 책임져줄 도우미가 생겨 촬영이 수월하였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손발이 척척 맞는 것이 예전에 같이 호흡 맞춰 일한 덕분이라 여겨졌다.

프로모션 공모의 주인공은 수입 자동차. 하우스 안에서 경운기나 트랙터를 몰아보긴 했지만 외제차를 타 보다니. 차창 밖 풍경이 괜히 이국적인 건 기분 탓일 게다. 그저 매일 보는 사과대추인 것을. 촬영된 영상을 보니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매일 보는 그 풍경과는 완전 딴판이다. 나무에 달린 사과대추는 어찌나 탐스럽게 보이는지! 나란히 선 우리의 모습은 프로 농부처럼 반짝였다. 비닐하우스는 마치 네덜란드의 어느 고급 온실로 비친다. 찍히는 경험이 많은 스테이시는 역시 자연스럽고, 다소 긴장한 저니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멀리까지 달려와 이쁜 영상을 남겨준 264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사과대추로 보답할게. 고마워! 또 만나!


추수와 도정

풍요의 계절, 가을이다. 시골에 산다는 것, 농사짓고 살면서 가장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때가 가을인 것 같다. 그 가운데 우리 지역의 주요 작물인 벼는 추수철이 장관이다. 한국인의 주식은 두말할 필요 없이 “쌀”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처럼 벼농사는 기본 중에 기본이요, 쌀은 식량자원 중에 으뜸이다. 한국농업에서 유일하게 기계화, 대량화를 이룬 작물로, 지금은 벼농사가 제일 쉽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농사를 대충 지을 수는 없다. 신경 쓰는 만큼 생산량과 미질(밥맛)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가의 자급을 위함이 먼저다. 밥맛*에 관한 한, 그 누구보다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민족이 한국인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300여 품종(100여 종은 가공용 특수미)의 쌀이 생산된다고 한다. 품종별로 맛과 향 그리고 식감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중에서 파는 쌀의 대부분은 품종이 섞인 것으로 밥을 지어보면 익는 정도가 달라 맛과 식감이 다소 떨어진다고 하는데 사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우리 의성군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은 “일품”으로 밥맛 좋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건조부터 도정1(곡식을 찧음)까지 집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늘 최상의 쌀밥이 식탁에 오른다. 아무리 잡곡밥이 몸에 좋다고 해도 부모님 포함 지역 어르신들은 뽀얀 쌀밥을 최고로 친다. 우리 가족은 쌀눈이 살아있는 9분 도미를 가장 좋아한다. 갓 도정한 쌀에 물을 1:1로 넣어 밥을 지으면 그야말로 밥만 한 번 끝내준다. 곡식을 키우고 건조하여 직접 찧어 먹는 자급자족의 삶의 방식. 언젠가는 완전히 체득될 테지. 그저 첫해는 즐기도록 하자.

농촌진흥청 선정 최고의 쌀은?

  • 영호진미. “일품”으로 불림. 쌀알이 맑고 균일하며 재배 안정성과 완전미 수량이 높다. 경상지역에서 주력으로 재배 중인 쌀 품종으로 단맛과 함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
  • 신동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으로 전라도 지역이 주력 재배지다. 쌀알이 크고 밥을 했을 때 윤기가 돌고 밥맛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병해충에 강하다.
  • 오대. 강원도 철원 지역의 주력 품종. 냉해에 강하고 맑은 물, 청량한 공기, 기름진 황토흙에서 생산돼 저농약의 안정성 측면이 우수하다. 밥을 오래도록 보관해도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 쌀알은 약간 큰 편이며 찰기가 없고 고슬고슬한 식감을 자랑해서 도시락 용으로 제격이다.
  • 해들. 예부터 임금님께 올리던 쌀로 유명한 이천에서 주력하는 품종. 벼 육종가, 농업인, 소비자 평가단이 참여해서 함께 선발한 최초의 품종이다. ’ 해들’이란 이름도 공모를 통해 탄생했는데 벼를 키우는 ‘해’, 자라는 ‘들’이라는 뜻. 쌀알이 맑고 깨끗하며 복합내병성으로 도열병과 흰 잎마름병에 강한 특성을 가진다.
  • 삼광. 부드럽고 찰진 식감이 특징인 쌀로, 중부 지역의 주력 품종이다. 신동진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 삼광이란 뜻은 벼의 주요 3대 병인 도열병, 흰 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에 강하다는 의미다. 단백질 함량이 낮아서 밥을 지었을 때 부드럽고 찰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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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 재배 동기들과의 만남

우리처럼, 올해 홉 농사에 뛰어든 사람들이 있다. 다들 농사가 처음인 것은 물론, 홉이란 것이 생소한 작물이라 공유할 정보가 많았다.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에서 해오던 소통을 확장해 강원도 속초에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저마다 재배 목적은 다르지만 새로운 작물을 도전하는 데 마음이 통한 것이다. 나이 때도 비슷하고, 어쩌다 남자들만 모인 자리가 되어 얼떨결에 군대 동기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 설악권 고품질 홉 재배에 도전하는 강원도 양양 박대표
  • 수제 맥주를 사랑하는 강원도 속초 최 씨 형제
  • 정보통이자 맥주 덕후 경북 청도 김 대표
  • 대구에 양조장 오픈을 앞둔 경북 상주 전 대표
  • 그리고 경북 의성의 홉 꿈나무 홉이든 의 저니

모두 홈브루잉은 물론 맥주에 대한 지식이 대단했다. 다만 농사를 업으로 하여 소득작물로 키워나갈 생각을 가진 건 우리뿐이었고 하나같이 겸업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은 홉의 판로가 없다고 봐야 할 정도니까. 수요는 있으나 그 길이 명확하지 않은 관계로 전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저 새로운 작물에 도전하는 모습이 멋지다. 함께할 때 우린 외롭지 않다.

설악산과 동해를 품은 속초. 수제 맥주 양조장이 관광지를 더욱 빛낸다. 창 너머로 병풍처럼 펼쳐진 설악산을 감상할 수 있는 몽트 비어. 맥주 만들기 동호회(맥만동) 회원 가운데 꽤나 유명한 인사가 대표로 있다. 이곳은 박대표가 소속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다른 양조장인 크래프트 루트도 들러서 견학과 함께 시원한 맥주를 나눴다. 속초와 인근에서 홉 농사를 짓는 분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예비 고객사가 벌써 두 곳이나 되다니! 판로의 기본 여건은 마련된 듯하고, 조만간 우수한 품질의 지역홉으로 제조된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했다. 강원도 분들께서 미리 장을 봐 두셨고 다른 분들은 각자 홈브루잉한 맥주를 주섬주섬 꺼내왔다. 저니는 홉과 사과대추를 내놓았다. 불판 위에 지글거리는 고기 위에, 고소한 기름장에 홉을 솔솔 뿌렸다. 마법의 가루처럼. 맥주잔을 들어 올려 파이팅을 외친다. 나이 때도 비슷하고, 어쩌다 남자들만 모인 자리가 되어 얼떨결에 군대 동기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홉과 맥주로 어우러진 밤은 깊어만 간다.

“반가웠습니다. 모두 건승을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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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정(搗精) - 곡식을 찧음. 벼는 벼 껍질을 제거한 후에야 먹을 수 있는데, 이 공정을 도정이라 한다. 벼에서 왕겨 부분만 벗겨 낸 것을 현미, 쌀겨 층과 쌀눈(배)이 완전히 제거된 것이 10분 도미다. 실제 RPC(미곡 종합 처리장, Rice Processing Complex)에서는 12분 도로 도정을 하고 있는데 불완전미의 혼입으로 분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도한 도정을 하게 되면 맛 성분 층이 제거되어 밥맛이 나빠지고 영양분의 손실도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