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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이든의 하루하루

- May 15, 2018 -

모내기

우리의 삶의 터전인 경북 의성은 스테이시의 고향이다. 예로 부터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의성군을 남북으로 가르는 중앙고속도로1를 기준으로 동부와 서부가 나눠지며 지형과 기후가 조금 달라 재배하는 작물도 다르다. 의성군의 대표 농산물하면 마늘을 떠올리는데 주로 의성 동부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며, 우리가 위치한 서부지역은 평야 지대로 벼농사가 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홉 재배지로 탁월하다고 생각한 이유도 관개시설이 잘되어 있는 너른 평야 지대가 홉 밸리로 구성하기에 최적지로 판단한 이유기도 하다. 벼농사가 재배작물 중에서는 일이 수월하다고 하는데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이 필수 작물이기에 품종개량부터 관련 시설에 대한 투자가 많았다. 또한 한국에서 기계화가 가능한 유일한 작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싹 틔우고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에 최적화 되어 있는 기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여담으로 한국의 고속도로 번호 부여는 동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끝자리고 0이며, 남북으로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끝자리가 5로 되어 있다.

물론 기계화를 한다고 해서 농삿일이 한가하다는 건 아니다. 논에는 물을 대고 서레질을 해서 논을 평탄하게 만들어 주어 이양기가 모를 심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줘야 한다. 볍씨를 발아한 어린모는 육묘장에서 심기 좋을 만큼 자랐을 때쯤 본 논으로 옮겨 모내기 준비를 한다. 육묘장에서 자란 모는 적정 온도에서 생육되었지만 빛을 보지 못해 노란빛이 돈다. 이양기로 심기 며칠 전 부터 무논에 옮겨두었다가 색이 초록빛이 돌고 줄기가 5~6cm가 자라면 모심기를 한다.

예전엔 동네 마을분들이 서로 서로 품앗이 해가며 일일이 손으로 심었고 새참도 먹고 했지만, 요즘은 기계를 하다보니 그 너른 논도 금방 심는다. 누구네는 이번에 8조식 이양기를 샀다며 장비 이야기만이 오갈 뿐이다.

우리는 다행이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올해는 이양기 사용법을 배워본다. 처음 쓰는 기계들은 늘 낯설다. 레버는 어디 있고 핸들은 돌려야 되고 줄을 맞춰야 되고 모판이 떨어지면 경고음이 울리고 정신이 없다. 부모님은 그런 모습이 안스럽기도 할텐데도 애써 참아가며 차분히 일러준다.

밖에서 모심기를 볼 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기계가 심으니 앞으로만 잘 가면 되는거 아닌가. 물론 언젠가 기계는 익숙해 질것이다. 모가 심기는 정도는 무논의 물과 논의 흙 상태에 따라, 모의 간격은 서로 생육에 지장없을 만큼 넓고 소출에 극대화할 만큼 좁아야 한다. 이야기가 돌아가는 방향은 모서리를 둘러서 마무리 할 수 있을 만큼 간격을 때야 하고 이양기에 실려 있는 예비 모판은 논 크기에 따라 추가 배급을 받기 전까진 논 입구에 도착해야한다. 농부가 기계를 다룬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다.

이 소중한 경험을 우리는 아낌없이 배우고 있다. 언젠가 우리의 스승이 더 이상 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우리의 몸이 그들의 지식을 기억할 것이다. 곧 초록초록한 들판이 우리를 반겨줄 것을 생각하니 진흙에 범벅되어 엉망이 되어 지치지만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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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농사

한국의 농업은 농지의 효율을 극대화 한다. 남진의 노래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는 것은 해외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조금만 땅이 남는다면 무엇이든 심는다. 이 지역에선 주로 논뚝에는 콩을 심는다. 제초의 목적도 있고 흙이 유실되는 것도 방지하며 콩이라는 부가물도 생기니 이래저래 한국에선 빈땅을 보기 쉽지 않다.

우리는 사과대추를 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다. 폭이 6m 가량되는 되 좌우로 사과대추나무가 심겨져 있고 가운데 골은 10월까지 사과수확하기 전에 사잇작물을 재배해서 농가수익을 내고 있다. 농업으로 재미를 본다는 말은 제철보다 조금 빨리 더 오래 할 수 있으면 돈이 된다는 의미이다. 올해는 작년에 하던 애호박을 심었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힘이 부치시는지 애호박도 올해만 하신단다. 사실 애호박 박스가 좀 남아 있는 탓도 있다.

마침 폴란드 자전거 여행자 친구 파벨(Pawel)과 아냐(Anna)가 일손을 돕기로 했다. 애호박도 덩굴식물이기에 유인을 해줘야 하는 데 그 유인선을 매다는 작업이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하우스 안은 해가 비치기 시작하면 금방 더워진다. 비교적 농삿일 중에서 쉬운 작업임에도 땀이 난다. 4명이서 하니 비닐하우스 한 동이 금방 끝났다. 한국 농업을 접하는 그들도 무척 신난 모양이다. 그렇게 오전 일을 마치고 함께 먹는 점심은 정말 꿀맛이다. 너희들은 정말 운이 좋다. 한국 시골밥상 정말 끝내주지. 덕분에 우리도 일 수월하게 끝냈다. 고마워.


파벨과 아냐

흔히 결혼할 때 궁합이 좋다 안좋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보면 서로 성향이 맞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더 마음이 가고 끌리는 그런 부분들이 있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고, 한국에서 우리가 그 보답으로 한국을 찾는 여행자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찾고 있으며 파벨과 아냐는 폴란드에서 부터 자전거를 타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이들은 참 끌리는 무엇인가 있다.

나라가 다르지만 몇 마디 나눠보고 상대를 배려하고 하는 모습을 볼때면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어진다. 처음에는 4대강 길을 따라 잠시 들렀다가 다시 찾고 싶다며 한국을 크게 한바퀴 돌고 난 뒤 다시 찾은 길이었다. 그들은 일본을 마지막으로 다시 폴란드로 돌아간다고 한다. 여행을 마치고 결혼식을 할 거라는 예비 부부. 결혼할 때 꼭 초대장을 보내라며 그들을 보낸다. 즐겁고 행복한 한국 추억 많이 가져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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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방문

세계여행을 통해 알게 된 인연들. 이젠 모두 여행을 마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우리도 새로운 환경과 직업에 바빴고 그들 또한 그랬을 것이다. 농삿일로 바쁘니 자신들이 오겠다며 찾아왔다. 너무 보고 싶었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서 만날 때 다들 얼굴도 시커멓고 말라 보였는데 다들 몸보신을 잘 했는지 피부도 하얗고 얼굴도 기름이 흐른다.

‘모두 여행 끝나고 6개월만인가?’

하필이면 모심기철이라 제대로 대접도 못해주고 보냈다. 미안했다. 농사를 잘 지어야겠다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농부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정성들여 키워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선물하는 일이 아닐까? 농사짓는 친구 둔 것을 평생 자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다음엔 우리가 우리가 지은 농산물 한가득 그대들 사는 곳을 찾을테니깐 딱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리고 한사람 더. 바이올린 선생님 리나. 그녀는 우리의 여행을 기꺼이 함께한 여행친구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우리에게,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오랜만에 선생님 앞에서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니 긴장된다. 농삿일 배우랴 새로운 곳에 적응하려 연습을 손 놓은지 오래라 부끄러웠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가득 퍼지는 바이올린 선율은 묘하게 어울린다. 이곳 사람들에게도 멋진 음악과 같은 예술의 가치가 퍼지길 희망하고 그 길에 내 능력이 조금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고마워요 모두들.

그들의 여행기가 궁금하시면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씽씽부부 블로그’ 보기

‘꾸러기부부 블로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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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나들이

모심기도 끝나고 애호박 유인 작업이 하고 나서야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잠깐 시간내어 경남 창녕을 찾았다. 창녕에는 우리가 “멸종희귀종”이라 부르는 천연 기념물 같은 사람이 산다. 그 부부의 성을 따서 “최강부부”가 그들이다. 최강부부가 우리와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지만 순수하고 맑은 영혼 같은 친구들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우리 또래에는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아이도 있고 그런 것이 정상 범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그런 경향을 분포도상 벗어나 있으면 그들로 부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는 것이 현실이다.

“집 하나는 있어야지, 아이가 있어야 외롭지 않지 않겠어?” 

우리 부부도 그런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 순수하게 받아드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다시 한국에서 농업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욕심에 우리를 현혹된다. 최강부부를 만날 때면 우리는 잊었던 내 안에 있던 순수함을 느낀다.

최강부부의 아내 “아기”의 고향은 남해이다. 심지어 어부의 가족이었다.

“아기, 나 배 낚시 엄청 좋아해요!”

요즘 돌문어 철이라며 자신의 오빠가 배를 가지고 있다며 당장 가자고 한다. 그 길로 모두 남해로 찾아 돌문어를 낚기 위해 배에 올랐다. 장비와 마음만은 강태공인 4인이 오른 작은 배는 바다의 수평선을 빠르게 갈라놓았다. 마치 바다 속 모든 돌문어를 모두 잡을 기세였다.

돌문어는 낚시인이 좋아하는 손맛은 없었지만 배 위에서 낚시도 즐기고 기타도 즐기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농삿일로 바빴던 하루하루가 쉼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먹을 만치 잡은 돌문어를 가족과 친구와 나누는 시간. 어촌의 삶도 농촌의 삶과 다르지 않더라. 잘 쉬었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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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체험

조용한 시골이 시끌벅적하다. 농장에 11명의 어린 손님이 1박2일 일정으로 찾아왔다. 서울 대모산 일대를 무대로 숲 활동을 하는 숲이든 아이들이다. 늘 숲에서 자연을 만끽하던 아이인데도 또 다른 세상인지 재잘재잘 끝이 없다. 마늘도 캐고 참외도 따니라 정신이 없다. 미리 준비한 조금한 장바구니가 금새 가득 찬다.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연신 웃음과 미소가 가득하다. 할아버지는 경운기로 구경시켜주고 저니는 트럭으로 논길 이곳 저곳을 함께 누빈다. 빠르게 달리는 경운기 위에서 아이들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보면 시원함이 느껴진다. 물론 빠르다고는 하지만 30~40km 남짓의 속도다. 빗물이 도로에 고인 곳을 지날 때면 환호성을 질러댄다. 신나게 놀고 할머니가 준비해 준 시골밥상을 오손도손 앉아 먹는다. 성인 밥 한공이 양인 것도 아랑곳 않고 모두 깨끗하게 그릇을 비운다. 우리는 그저 입이 벌어질 뿐이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몸 안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며 놀고난 뒤라 다들 곤히 잠든다.

아이들이 떠난 지금. 마치 지구가 잠든 것 마냥 고요하다. 푸르른 들녘을 바라보는 내 입가에 미소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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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이 무럭무럭

처음엔 홉이 과연 잘 자랄까 걱정을 했다. 괜한 생각이었나 보다. 잘 자랄 때는 하루에 10cm씩 이상 자란다. 올해는 첫 해라 소출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열매(구화)가 열리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 처음에는 털꽃이 피더니 한 주가 지나더니 꽃잎이 생기며 익히 보아 왔던 홉 모양을 이룬다. 마치 TV에서 보던 좋아하는 배우를 직접 만난 것처럼 마냥 신기하다. 덩굴은 이미 내 키를 훌쩍 넘겨 4m이상 자랐다. 위를 처다보면 목이 아파온다.

처음하는 작물이라 서투르고 어색하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4명의 농부가 서로 번갈아가며 홉밭을 자주 찾아주고 있다. 물이 부족하진 않은지, 영양이 부족하지 않은지, 괴롭히는 벌레는 없는지, 생장에 지장은 없는지 살펴 본다. 상태나 상황에 따라 비료를 주기도 하고 약을 치기도 하며 물을 주기도 한다. 모르고 서툴러서 더욱 조심스럽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자주 찾아가서 홉과 이야기하며 함께 호흡한다. 농업엔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정말 맞는 말이다. 아직은 1년차 초보 농부라 그 문장 깊은 곳의 의미를 헤아리기엔 부족하지만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도 농부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작물이 말이 들리는 것 같다. 한여름의 더위가 굉장하다. 경운기에 물을 실어 홉들에게 물을 줘야겠다. 구멍난 밀짚모자 사이로 따가운 햇살이 피부로 느껴진다. 그럼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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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앙고속도로 - 부산광역시 사상구 삼락동에서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동내면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로 노선번호는 55번이다. 총 연장 387.08km에 달하며, 대한민국에 개통된 고속도로 중 단일 노선으로는 경부고속도로 다음으로 긴 노선이다.